Bari의 대공이 급사하자, Delavai 대륙을 휩쓸었던 6년 전쟁에서 참패한 뒤 와신상담하던 이웃 왕국 Algarve는 Bari 공국이 한때 자신들의 영토였음을 주장하면서 군대를 급파해 Bari를 사실상 병합해버린다. 주위의 소국들인 Forthweg, Jelgava, Valmiera, Sibiu 등은 이에 반발에 algarve에 대하여 전쟁을 선포하지만, Algarve는 상식의 틀을 깨는 새로운 전술을 통해 이들을 각개격파하면서 대륙 동부의 새로운 패자로 떠오르게 된다. 한편, 현대 마법의 기본 원리인 ‘감염의 법칙’과 ‘유사의 법칙’을 하나로 결합하는 이론이 Kuusamo의 한 이론마법사에 의해 제시되자, 과두왕정은 연구 결과의 발표를 금지하고 비밀리에 연구를 추진한다. 그러는 동안, 대륙 서반부의 거대한 왕국 Unkerlant와 새로운 정복자 Algarve 사이에서는 긴장이 고조되는데…
‘Into the Darkness’는 해리 터틀도브의 장편 팬터지 Darkness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World At War 시리즈라고도 하는데, 이렇게 부르니까 World War 시리즈하고 혼동되기 쉬운 데다, 작가의 홈페이지에서도 Darkness 시리즈라 칭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글 속에서는 Darkness 시리즈라고 부르겠다.
Darkness series
‘Into the Darkness'(1999)
‘Darkness Descending'(2000)
‘Through the Darkness'(2001)
‘Ruler of the Darkness'(2002)
‘Jaws of Darkness'(2003)
‘Out of the Darkness'(2004)
일단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다소 노골적이긴 하지만 1,2차 세계대전의 역사적 상황을 팬터지를 통해 은유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런 의미에서는 르 귄이 말한 ‘메타포로서의 팬터지’에 상당히 충실한 작품이다. 또한, 냉전 시대의 국제질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랜달 개릿의 ‘Lord Darcy’ 시리즈(게르만 공국을 사이에 놓고 각축을 벌이는 영불 제국과 폴란드 제국은 분단 독일을 둘러싸고 대립하던 미국과 구 소련을 연상케 한다)와도 통하는 구석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다양한 군사적 소도구들은 현실 세계의 것에 상응하는 등가물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소설이 주는 쏠쏠한 재미 가운데 하나이다. 현실 세계의 중폭격기는 (여타 팬터지 소설에 나오는 것들에 비해 다소 멍청한) 드래곤, 잠수함은 리바이어던, 전차는 베헤모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폭발성이 있는 드래곤의 알은 폭약이 필요한 모든 용도에 사용되고(폭탄, 지뢰, 기뢰 등등), 부대간 교신은 수정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참호는 미채(迷彩) 마법으로 위장되고, 리바이어던의 라이더는 산소통 대신에 수중호흡 마법을 사용해서 잠수한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대체 병기들의 작동원리에는 나름대로 과학적인 설명이 붙는다. 특히 총포에 해당하는 화기(火器)로 스틱stick이라는 것이 사용되는데, 먼지나 안개를 통과하면 그 빔이 산란되어 화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설정은 팬터지답지 않게 꽤 ‘과학적’이다. 드래곤들이 화염을 내뿜는 것도 이들이 먹이와 함께 유황과 진사(辰砂, 수은의 원광)를 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비슷한 예로, 대표적인 사이언스 팬터지 가운데 하나인 앤 맥카프리의 ‘Pern’ 시리즈에서는 드래곤들이 부싯돌을 씹어서 불을 뿜는다).
고도로 합리화된 판단을 필요로 하는 전쟁이라는 상황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마법 또한 무제한적인 위력을 지닌 신비로운 힘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과학기술처럼 취급된다. 이 세계에서의 현대 마법은 ‘Lord Darcy’ 시리즈에서처럼 프레이저가 ‘황금 가지Golden Bough’에서 제시한 ‘감염의 법칙’과 ‘유사의 법칙’에 의해 지배되고 있어서, 그 사용에는 일정한 제약이 따른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구분되지 않는다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는 클라크의 그 유명한 dictum을 이 소설에서는 이렇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고도로 발달된 마법은 과학과 구분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 세계의 곳곳에는 파워포인트[魔力泉]가 산재해 있으며 여기서 흘러나온 마법 에너지는 레이 라인[地脈]을 따라 사방으로 뻗어나가는데, 이 힘을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들(캐러밴과 선박)은 레이 라인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이는 현실에서의 동력인 전기에 상응하는 것으로, 이쯤 되면 이 소설은 밀리터리 팬터지에서 그치지 않고 사이언스 팬터지의 색채까지 띄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이차 세계와 현실 세게와의 유사성은 세계를 구성하는 물리적 법칙의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인물 조형에서도 나타난다. 일례로, ‘쌍둥이 왕 전쟁’에서 자신의 형제를 제거하고 Unkerlant의 왕위에 오른 Swemmel은 극도로 의심이 많고 자기중심적일 뿐만 아니라, 작은 실수로도 부하들을 무자비하게 처단하는 냉혹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스탈린을 빼다박았다(게다가 Unkerlant인들이 말끝마다 버릇처럼 붙이는 그 “efficiency”라는 Swemmel의 교시는 정말 우스꽝스럽다).
이 소설은 대체역사 소설의 이디엄을 차용하였음에도(팬터지의 이차 세계에서 세계대전이 발발한다면?), 역사의 ‘개변’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의 ‘재현’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며, 이 점에서 폴 앤더슨의 ‘Operation Chaos’와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실 세계의 역사가 어떻게 이차 세계 내에서 재구축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의 기시감을 묘하게 건드리는 건 꽤 괜찮은 발상인 것 같다. 밥 이글턴의 역동적인 커버 아트도 상당히 멋지다(사실은 이거 보고 샀다 -_-;).
다만, 실제 역사를 재현해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작가의 재량이 근본적으로 제약받게 된 것은 이 소설의 한계라 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소설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훤히 보인다는 이야기다. 러시아와 독일처럼 Unkerlant와 Algarve의 대결이 불가피할 터인데다, Kuusamo가 추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는 Derlavai 대륙에 거대한 버섯구름을 피워올리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역사적인 소재에 기반한 팬터지치고는 의외로 정치경제적 배경이 소홀이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 또한 큰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차 세계대전이 히틀러 개인의 야심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그 배후에 복잡한 정치경제적 요인들(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나 사회주의-자본주의 사이의 이념적 대립 등)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이 소설 또한 단순히 전쟁의 양상 뿐만 아니라 전쟁이 발발하게 된 메커니즘까지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치명적인 약점은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점 인물(viewpoint character)들이 스무 명에 가깝기 때문에, 그 스무 명 사이에서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면 한 챕터가 금방 끝나기 마련이라서, 갈등이 고조될 정도로 이야기가 충분히 진행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시리즈 전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책 한 권만으로는 이렇다 할 만한 극적인 전개는 찾아보기 힘들어서 대체로 심심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한 마디로 말해 ‘멋진 아이디어와 평이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번역가 김상훈 님의 코멘트:
[shambleau] Op. Chaos쪽에 한표. 전쟁에 관해서 터틀도브는 검과 투창에 머물러 있는 편이 더 어울리는 작가… (World at War에서도, Guns of the South에서도 그렇지만, 2차적으로 갖다붙인 지식이라는 티가 나요) – 2003-05-16 –
[shambleau] 터들도브의 팬터지로는 Videsoss Cycle의 첫 번째 4부작을 추천합니다. (그 뒤로는 나처림 지치니까 읽을 필요 없고 –; 어째 이 사람은 초기 작품에만 SF적인 수작이 집중해 있고, 뒤로 갈수록 exploitation에 빠지는 느낌이..) – 2003-0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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